인간 세상에는 상식으로는 쉽게 이해가 안 되는 현상들이 곧잘 발생하곤 한다. 사람들은 그런 현상의 일부를‘역설’이라 칭한다. 얼마 전 부터 우리 사회에는‘풍요 속의 빈곤’이란 역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회상하건대, 대한민국에는 한 때 산업화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던 시기가 있었다. 만성적 실업에 빠져 있던 다수의 국민들은 빠른 경제 성장과 함께 쉽게 취업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절대빈곤에서 탈출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급속히 늘어났다. 그래서 경제성장 = 빈곤 감소라는 상식이 생겨났다. 그러나 1997년에 터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의 세계적 금융위기는 그러한 상식을 단숨에 뒤엎어버렸다. 갑자기 일자리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후 숱한 고난을 무릅쓴 끝에 다행히 두 차례의 경제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했지만, 양극화라는 후유증은 생각보다 집요해서 쉽사리 치유될 것 같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