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전달체계 평가

제목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전달체계 평가
저자

강혜규; 선화숙; 황정하

발행연도
2004
발행기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초록
1999년 제정되고 2000년 10월부터 시행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공공부조제도로써 빈곤경감과 빈곤층의 생활보호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동시에 이 제도의 설립으로 말미암아 우리나라의 복지제도가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완벽한 틀을 갖추게 되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성립과정은 달리 표현하여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제정을 둘러싼 일련의 사회적 논의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논의과정의 특성을 살펴보는 것은 현재의 제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향후 이 제도의 발전방향에 대해서도, 또는 다른 복지 프로그램의 발전에 대해서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이 제도의 설립을 둘러싼 논의 과정에서 복지제도의 원리와 내용에 관한 주요 쟁점들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제정된 배경으로는 무엇보다 1997년 발생한 경제위기를 들 수 있다. 위기의 여파로 국민소득은 마이너스의 성장률을 보였고, IMF가 요구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경제 전반에 수행되면서 대량의 실업자가 발생하였다. 반면 당시 한국의 사회보장제도는 양적, 질적 측면에서 모두 경제규모에 걸맞지 않은 매우 지체된 상태였다. 국가의 공적 사회지출비중도 OECD 국가에 훨씬 못 미치고 있었으며, 공공부조에 투입되는 예산의 크기도 미미하였고,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도 일차적 사회안전망으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기에는 매우 취약한 상태였다. 따라서 증가한 경제적 위험에 대해 기존의 사회안전망으로는 국민들을 보호하기 어려웠고, 이러한 상황에서 실업대책의 근본적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대두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국민기초생활법의 제정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 고찰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시민사회가 이 법의 제정을 청원하고 정부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던 단계로 1999년 6월 이전까지의 시기가 이에 해당된다. 둘째는 대통령이 이 법의 제정을 공언함으로 인해 정부의 태도가 바뀌고, 제도의 설계를 위한 본격적 협의가 진행된 결과 법이 제정될 때까지의 단계(1997년 8월까지)이다. 마지막 단계는 법의 시행시기와 구체적 시행방법을 높고 다양한 구체적 쟁점들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 단계로써 법 제정 이후부터 시행(2000년 10월)까지의 단계를 의미한다.
첫 번째 단계에서 참여연대를 포함한 23개 시민단체가 청원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핵심적 취지는 국민의 기본적 생활보호를 국민의 권리이자 국가의 의무로 인식하여야 한다는 것, 기존의 생활보호제도로는 빈곤에 처해있는 많은 국민들을 보호하지 못함으로 인구학적 기준에 따라 급여에서 제외되는 경우를 없애야 한다는 것, 최저생계비를 정부가 설정하고 소득인정액이 그 이하인 모든 가구에 대해 생계보호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 등이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소극적이었다. 법 제정에 앞서 사회복지 전문요원을 늘이고 소득과 재산 파악을 위한 인프라를 갖추어야 하며 소요예산의 마련에 대한 예산당국의 판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단계에서는 대통령의 울산 발언 이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긍정적으로 선회한다. 이후 여야 의원과 복지부 사이에 법 제정을 둘러싼 실무협의가 이루어지고, 이에 대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추진 연대회의의 입장이 개진되었다. 이 단계의 주요 쟁점은 법률용어의 변경, 최저생계비 계측기간의 변경, 소득인정액의 적용시점, 주거급여 신설, 조건부수급제도, 시행시기 등 다수였다. 급여대상자․급여기관 등의 법률용어를 사용하고자 했던 정부안에 반대하여 연대회의는 수급권자․보장기관 등의 용어 사용을 관철시키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 근로능력 유무와 인구학적 특성에 관계없이 기초생활을 보장해야 한다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취지에 대하여 근로의욕 저하를 이유로 경제부처의 강력한 반발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조건부수급제도가 채택되게 되었다. 1999년 9월의 법 제정 이후 기획예산처가 2000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시행시기를 둘러싼 정부와 시민단체의 갈등은 표면화되는데, 예산안을 둘러싼 논란이 의미하는 것은 법의 제정 자체는 법의 목적과 취지를 구현하는 데 있어서 결코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시행시기와 방법을 둘러싼 많은 쟁점이 세 번째 단계로 이어지게 되었다.
세 번째 단계는 법의 제정 이후 시행령과 사업지침을 제정하고 실제 정책이 집행되기까지의 시기이다. 이 시기의 쟁점은 최저생계비 수준의 적정성, 재산 및 부양의무자 기준의 적정성, 행정인프라 미비와 소득파악방법의 문제, 탈락자 및 부정수급자 대책 등이었다. 최저생계비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에서 주된 쟁점은 최저생계비 발표의 재정부담효과에 대한 우려, 구성 항목의 타당성, 계측방식 및 비계측연도 추정방식, 지역별 최저생계비 차이의 반영여부 등이었다. 요컨대 최저생계비의 결정과 관련해서 보수적 입장은 국민경제적 파급효과를 우려하여 최저생계비의 구성 항목이나 단가, 사용량 등을 조정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적용하여 추정하고자 하였고, 진보적 학계에서는 최저생계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감안하여 생활의 질의 변화를 반영할 수 있는 수준균형방식을 채택하자는 주장을 개진했던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정책효과성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 수급자 선정기준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2000년 2월 입법예고된 안에 따르면 부양능력자와 차상위층에 대한 판별기준으로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20% 미만일 것이 제시되었다. 부양의무자에 관한 규정에서도 수급자와 차상위층에 속하는 자는 부양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정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기획예산처의 요구는 재산기준을 도입하고, 소득기준에 맞추어 재산기준도 최저생계비의 120%로 하자는 것이었다. 결국 2000년 5월 발표된 자격요건과 이후 발표된 시행방안은 예산부처의 입장이 많이 반영된 것이었다. 이에 대해 연대회의는 재산기준과 부양의무자 기준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보고, 이의 수정을 요구하는 이른바 수급권운동을 전개하게 된다. 연대회의는 재산기준이 한시생활보호사업의 기준보다 낮다는 점, 과세표준액 또는 공시지가인 재산평가 기준이 시가로 전환됨으로써 재산기준이 2~3배 강화된 효과가 있다는 점, 그리고 실물기준을 도입함으로써 기존의 생활보호대상자가 대거 탈락될 위험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또한 부양의무자 기준에 재산까지 포함시키는 것은 저소득 부양의무자까지 수급자로 전략시킬 수 있는 가혹한 조항임을 지적하였다. 이에 정부는 수급신청기한을 철폐하고, 특례기준을 신설하는 등 일련의 보완조치들을 시행하는 것이 불가피하였다.
1999년 결국 2000년 10월 1일을 기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시행되었다. 이전의 생활보장대상자 수에 비해 더 적은 인구가 수급자가 되었다는 점에서 법의 취지가 결국 퇴색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제도의 시행이 가져다준 긍정적 측면도 적지 않았다.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으로는 첫째, 이전의 생활보호법에 비해 제도의 체계나 운영규정이 합리화되었다는 점, 둘째 노동능력이 있는 가구에 대해 생계비지원이 이루어짐으로써 노동능력이 있는 가구의 아동과 노인에 대한 보호가 강화되었다는 점, 셋째, 제도의 합리성과 형평성이 강화되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각종 전산자료의 이용과 자산조사의 실시 등을 통해 자산조사의 정확도가 높아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제도 자체의 성과와는 별도로 제도의 제정과정에서도 시민사회의 적극적 참여에 의해 입법이 이루어졌다는 점과, 특히 보수적인 시각의 경제학자들이나 정부 예산당국과의 치열한 논쟁을 통해 제도의 시행을 성공시켰다는 점 역시 향후 여타 복지제도의 발전에 중요한 경험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미흡한 점도 적지 않다. 최저생계비 계측 구간의 문제나 소득인정액기준으로의 일원화는 제도의 시행 당시와 달리 일부 진전이 이루어졌으나, 지나치게 까다롭거나 불합리한 재산의 소득환산기준과 부양의무자 기준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아울러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근로의욕을 저해하지 않는 차원을 넘어서, 수급자의 근로의욕을 촉진하고 그로 인해 탈빈곤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제도적 보완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제도의 내용과 별도로 제정과정에서도 몇 가지 비판적 검토가 필요한 점이 있다. 무엇보다 법의 제정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갑자기 변화된 계기가 대통령의 발언이었다는 것은, 정책 시행의 의사결정 구조가 민주적 거버넌스와는 여전히 거리가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또한 경제부처와 사회부처간의 정책목표가 상이하고, 이 상이한 정책목표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협의와 조정의 양상보다는 갈등적 이견의 양상이 더 지배적이었다는 사실은 향후 사회정책의 양적 확대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견하게 해준다. 그러나 경제․사회구조의 근본적 변화에 기존의 제도가 더 이상 기능할 수 없을 경우 그 한계를 인식하고 새로운 제도적 대응을 신속히 모색해야 한다는 것과 그 모색의 과정은 매우 어렵고도 지루할지라도 민주적 참여의 원칙을 고수해야한다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성립과정이 보여주는 중요한 교훈일 것이다.
목차
제1장 서론
제1절 연구의 목적
제2절 연구의 구성

제2장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의 경제.사회적 배경
제1절 1997년 경제위기와 그 사회적 비용
제2절 경제위기 당시의 미흡한 사회안전망

제3장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과정 중 사회적 공론화 과정에 대한 분석
제1절 1단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청원(1999.5 이전)
제2절 2단계: 제도 설계를 위한 협상 단계(1999.6~1999.8)
제3절 3단계: 수급권운동시기(2000.2~2000.10)
제4절 4단계: 기초법 시행시기(2000.10~2004.10)

제4장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단계별 정부의 대응
제1절 1단계: 정책의제 형성 및 대안모색 단계(’98~’99.6)
제2절 2단계: 정책결정단계(’99.6~법제정)
제3절 3단계: 정책집행단계(법제정~시행)

제5장 결론 및 정책적 함의
제1절 요약 및 결론
제2절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 번호
연구보고서 2004-27
URI
http://repository.kihasa.re.kr:8080/handle/201002/795
ISBN
978-89-8187-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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